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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라라 세션의 어두웠던 과거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네요.

케이블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서 우승을 거머쥔 ‘울랄라세션’(임윤택·박승일·김명훈·박광선)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랄라세션은 이번 대회에서 ‘달의 몰락’ ‘오픈암즈’ ‘나쁜 남자’ 등의 곡들을 훌륭히 편곡하는 것은 물론, 빅마마를 연상케하는 보컬에 화려한 춤실력까지 선보여 세간의 화제가 됐다.

울랄라세션은 다른 참여자들과 달리 프로 생활을 경험한 ‘중고’ 신인이었다. 이들 중 임윤택, 박승일, 김명훈은 과거 다른 가수들과 ‘맨오브케이(MOK)’란 그룹을 결성하고 미사리 라이브 카페 등지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없이 하루 2시간만 자는 강행군 속에서도 가수의 꿈을 위해 노력하던 이들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모종의 문제로 팀을 해체해야만 했다. 여기에 리더 임윤택의 암 투병까지 겹치면서 이들에겐 힘든 나날이 이어졌다.

이들이 과거 팬카페에 남긴 글에는 가수의 꿈을 내려놓은 뒤 느낀 고민과 절망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이벤트 공연만 봐도 마이크를 뺏고 싶어진다는 대목, 꿈을 위해 돈을 벌것인지 돈을 위해 꿈을 이룰 것인지 고민하는 대목은 인상적이다. 당시 이들이 올린 글을 소개한다.

 
Big. M(김명훈) / 2010년 6월 13일 새벽 2시

(중략)... 시간이 흘러 어느덧 마지막
무대에 오른지 수개월이 지났다. 길을 지나다 우연히 핸드폰 대리점 개업 축하 이벤트 공연하는 것만 봐도 가슴이 터질듯 뛰고 설레여 당장이라도 달려가 마이크를 뺏어 노래하고 싶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노래쟁이인가보다.

이젠 마이크를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드는 생활을 5년만에 다시 해본다. 삶이 새롭다는걸 세삼 느끼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게 됐다. 사회라는 트랙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세걸음쯤 뒤쳐져 총성도 듣지 못한 채 출발, 지금 앞서있는 그들을 향해 달리는 중이다. 심장이 터질듯이 뛰고 버겁다.

다시 뛰기까지 과정 중에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내 삶에 가장 큰 한부분을 잃었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 채 살아가는 지금은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으며 하루하루 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과론적인 마인드, 세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뭘 하든지 그 평안 속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 가진 재주부리며 또 박수받으며 살아갈 수 없는 힘든 시기이기에
자신감이 많이 사라졌다. 이제 남은거라곤 작은체구와 마인드 뿐이다.

이처럼 가진 작은 나뭇가지 두개로 자장면은 집어먹을 수 있으니 굶어죽진 않을 것이다. 오늘 비도 오고 이곳에 들어온 김에 그저 ‘인사 한마디할까’ 하고 클릭했다 되어먹지 못한 말솜씨로 너무 주절거린건 아닌가 모르겠다.


임단장(임윤택) / 2010년 6월 14일 오후 10시40분

(중략)... 13년간 늘 팀생활을 해와서 그런지 팀이 아닌 혼자란 적적함도 있고 말수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근래 너무 행복한 고민에 빠져서 웃으며 지내고 있다.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이미 작년 여름 M.O.K(맨오브케이) 해체는 예정돼 있었다. 사이가 나빠서도 아니구 음악이 싫어서도 아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서… 떠나지 않는자는 세상의 넓이를 알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처음엔 멤버들 모두 정신적으로 어느정도 출혈이 있긴 했지만 역시 시간이 약이라고 이제 다들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미사리는 3명이상 무대에 올라가면 안돼’란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듣고, ‘저희 돈 더 안주셔도 되니까 5명 올라갈께요’란 헛소리로 시작했던 미사리 무대. ‘야!! 발라드는 무조건 SG워너비 노래를 하고 한곡 빼고는 다 댄스곡 해’란 찌질한 무대 수준에 굴복하지 않고 ‘우리는 화음 맞추고 안무도 짜자. 오프닝 퍼포먼스도 만들고 무대 그 자체를 즐기자’하며 시작한 미사리 무대. 참 많은 밤을 함께 새고 많은 노래를 같이 했는데 조금 서글프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한달에 많아야 두어번 집에 들어가며 연습만 하던 우리멤버들. 경기도 파주에서
방위산업체를 다니며 하루에 두시간 자고 공연을 한 우리 명훈이, 누가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공연 퀄리티 높인다고 음악 작업에만 매진하며 밤을 새던 승일이… 못난 리더였던 내가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MOKPSI(박승일) / 2009년 8월 28일 오후 12시2분

“(중략)... 난 또 되뇌어 본다. 꿈을 위해 돈을 벌것이냐, 돈을 위해 꿈을 이룰것이냐를. 어차피 차이 없는 의미를 바꿔도 본다. 꿈을 위해 살아가겠느냐, 돈을 위해 살아가겠느냐로.

그래서 복잡한 머리속을 이렇게 되뇌며 비운다. 꿈이든 돈이든 잘먹고 잘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거라고. 행복과 불행은 영원히 종이 한 장 차이일 것이다.

지금 나의 행복은 이 땅 위에 숨쉬고 있는 존재의 이유이며, 무대위에서 느끼는 희열감과 훗날을 위해 발전해 나가는 지금이 추억이 되었을 때다. 그게 나에겐 200억에 가치를 대신해 줄 것이라 믿는다”


팀 해체로 힘든 시기를 겪던 이들은 올해 중반 ‘울랄라세션’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으며, 슈퍼스타K를 통해 순식간에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게 됐다. 울랄라세션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음반제작비 2억원이 포함된 총 5억원의 상금과 함께 자동차와 호주 가족 여행권을 부상으로 받았다. 이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2011 MAMA 스페셜 무대’에도 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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